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마르크스 자본론의 핵심을 찌르는 원숭이도 이...
작가 : 임승수
출판 : 시대의창
발매 : 2012.09.20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고 그저 대세에 묻혀서 살아왔던 삶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존재하는 방식은 나를 둘러싼 환경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한 사유가 부족하다는 것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과연 자본주의의 실체는 무엇인가? 자본주의를 설명하고 있는 다수의 출판물이 있지만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작동방식을 근원적으로 분석하여 문제를 제기한 책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일 것이다. 비록 과거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이기도 하고, 마르크스가 시대적 사명감을 갖고 다분히 편향된 시각과 목적을 가지고 기술한 책이기는 하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키우는데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그 방대한 분량과 내용의 난해함으로 인해 읽기가 버거울 것 같아 선택한 책은 임승수가 지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이다. 이 책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핵심을 끄집어 내서 학생과 제자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사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자본론에 대한 논의는 자본주의가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모든 것을 상품화 한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자본가는 자본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상품을 만들어 이윤을 창출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상품의 가치’는 노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 한 채는 그것을 만들 때 들어가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 으로 환원되어 가치가 부여된다. 그래서 노동시간의 길이에 의해 상품의 가치가 결정된다. 하지만 칼 막스의 〈자본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노동가치설’ 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나무는 뿌리가 있어야 존재하기에 자본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노동가치설＇이 공격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노동가치설’ 의 오류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모든 상품의 가치를 노동의 가치로 치환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마르크스는 자본가의 이윤은 노동자의 빼앗긴 노동시간에서 나온다고 정의했다. 예컨대 하루에 빵 8개를 만들 수 있는 노동자의 하루치 급여가 빵 1개이고, 하루치 빵 생산에 들어가는 기계의 감가상각이 빵 2개의 가치이고 밀가루 원가가 빵 1개의 가치라면 나머지 빵4개는 근로자의 잉여노동에 의해 창출된 가치이기 때문에 노동자는 필요이상의 노동력을 제공하여 자본가에게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발달로 인해 단위시간당 빵의 생산량이 증가할 경우 빵 1개를 만드는데 필요한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빵의 교환가치가 하락하는 반면에 절대 노동시간(8시간)은 동일하여 잉여노동 시간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술발달로 인한 혜택도 노동자 보다는 자본가의 이익으로 귀속된다는 논리이다. 자본가는 이렇게 잉여노동으로 벌어드린 이윤을 다시 생산과 설비에 재투자하여 생산량을 증가시켜 부를 축적하고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삶의 질은 전혀 개선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성과급을 통해 노동자에게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성과급의 의미도 생산성을 달성할 경우에 주는 조건부 거래에 해당되어 노동자가 근무시간을 늘려 급여가 증가해도 과잉노동만 증가시키게 된다.
마르크스가 주장하는 자본론의 핵심 메시지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와 노동력만 소유하고 착취당하는 노동자(프롤레타리아)계급이 존재하며, 노동자는 임금을 초과하는 가치를 산출 하지만, 노동자는 노동력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받을 뿐이며,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는 자본가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잉여가치로 돈을 벌어들인 자본가는 계속되는 확대재생산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사회적 부가 자본가로 모이게 되는 자본의 집중현상이 나타나고 그로인한 과잉생산 문제로 자본주의는 필연적 공항상태에 자주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순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사회의 주체로 일어나서, 사적으로 소유했던 생산수단을 국가에 귀속시켜 궁극적으로 계급이 없고 착취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말 그대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유토피아를 건설하자는 내용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기초하여 저자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현 자본주의의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저자는 남미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들었다. 보수세력을 허물고 집권한 차베스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석유사업을 국유화 하여 그 재원을 통해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실시하였고, 집권 前 200개 정도였던 협동조합을 09년도에는 26만개 까지 확대하여 성인의 10%는 협동조합에서 근무하게 하였다. 이에 따라 실업률이 10년만에 16.6%에서 9%까지 개선됐다고 한다. 또한 외세 특히 미국으로부터 정치, 경제적 독립을 통해 주권 국가의 자존심도 회복했다고 한다. 남미의 베네수엘라 사례를 통해 저자는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돼서 계획적으로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결국 저자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영감을 받아 현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을 변혁하기 위해서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노동자 민중이 사회의 주체로 정치 세력화 하여 힘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기능하는 방식은 자본론에서 제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을 가진 자본가 집단에 모든 힘과 권력이 집중되어있다. 그래서 자/본/주/의 라고 지칭하는 것인가? 물신주의 풍조는 우리사회를 대변하는 타이틀, 바로 자본이라는 이름아래 자연스럽게 우리들을 세뇌 시키고 있다. 노동자의 눈물은 새롭거나 신선하지도 않다. 일상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쌍용차, 기륭전자 사태 등에서 본 것처럼 자본가에 의해 착취되고, 억압받는 수많은 노동자를 우리는 목도해 왔다. 이러한 분규가 있을 때마다 국가의 존재 의미에 대한 회의도 든다. 물론 노동법에 의해 노동자의 권익이 일부 보호되고 있지만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와 비교할 수 있을까? 이미 힘의 균형추는 자본주의의 태동과 함께 기울어졌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보수도 10배, 100배 아니 그 이상 차이가 난다. 그리고 그 차이는 신자유주의가 만연되면서 더욱 심화 되고 있다. 정규직과 동일 업무를 수행하지만 보수는 턱없이 낮은 비정규직 문제,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최저 임금 문제 등 우리사회를 멍들게 하는 수 없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해법이 마땅치 않다.
저자는 이런 아픈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노동자 민중 세력이 정치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과연 노동자가 정치의 주체로 등장하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과연 노동자가 권력을 잡으면 권력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노동자 서민은 욕망이 없는 사람들일까? 욕망을 발현시킬 수 없을 뿐이다. 소위 진보라고 자칭하는 자들이 그 동안 보여왔던 낯 뜨거운 행태를 보았을 때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노동자 서민인데 왜 선거철에는 진보진영에 표를 주지 않을까? 단순히 국민이 우매해서 일까? 진보의 진정성을 몰라준다면 그 책임도 진보진영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노동자가 집권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이분법적 논리로는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작금의 상황을 벗어나게 해줄 것 같지 않다.
저자가 벤치마킹한 나라, 베네주엘라가 그 답일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우리나라와 베네주엘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세계 5대 석유 생산국이다. 국토는 우리나라의 10배이고 인구는 반 밖에 되지 않는다. 부존자원이 많은 나라이다. 국가가 제대로 관리하면 국영산업을 육성해서 국민 복지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존자원도 없고 산업의 형태도 다르다. 재벌 경제력 집중이 심화된 나라이다. 다만 협동조합은 참고해 볼만 하다. 민주적으로 잘 운영된다면 협동조합이 1차 산업부문의 대안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역시 IT와 서비스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경제구조에서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집단지성이 발흥하여,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기득권이 권력을 독점하고 남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떤 혁명가가 나타나서 이 땅을 한 번 변혁시켰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결국 바램은 바램으로 끝날 것 같아 아쉽게도 마음을 접는다.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고 했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몸짓은 결국 작은 투표지 한 장에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의지를 담는 것 뿐이라 마음이 더욱 씁쓸해진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임승수 / P335 / ＇12.9.19 by East-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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